
드라마 〈빈센조〉는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던 기존의 정의 서사에서 과감히 벗어나, 경계가 붕괴된 인물 구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정의로운 영웅도, 단순한 악인도 아니다. 그는 목적을 위해 폭력과 협박을 서슴지 않으며, 그 선택이 언제나 옳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빈센조〉는 선한 의도와 잔혹한 방식이 공존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현대 사회에서 ‘착한 방법’만으로 정의가 가능한지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명확했던 도덕의 기준이 흐려지다
〈빈센조〉의 세계에서는 선과 악의 기준이 초반부터 흔들린다. 법을 지키는 쪽이 반드시 정의롭지 않으며, 범죄 조직 출신인 빈센조가 오히려 약자의 편에 서는 아이러니한 구조가 형성된다. 서론부에서 드러나는 이 설정은 시청자에게 익숙한 도덕 판단을 유보하게 만든다. 드라마는 선한 인물이 좋은 방법을 선택한다는 공식에서 벗어나, 상황과 권력 구조에 따라 윤리가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선과 악은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선택과 결과의 연속으로 재정의된다.
악의 방법으로 정의를 실행하는 인물들
〈빈센조〉의 본론은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들을 집요하게 쌓아 올린다. 빈센조와 홍차영은 분명 악한 세력에 맞서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방식은 폭력적이며 비윤리적이다. 협박, 조작, 심리적 압박은 기존 드라마라면 악역의 전유물이었을 행동들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 행위를 단순히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왜 이런 선택밖에 남지 않았는지를 서사적으로 설명한다. 법과 제도가 이미 자본 권력에 잠식된 상황에서, 정의는 불법의 얼굴을 쓰고 나타난다. 본론에서 선과 악은 더 이상 대립하지 않는다. 서로를 닮아가며, 구분이 불가능한 지점까지 겹쳐진다.
불편함을 남기는 정의의 초상
〈빈센조〉가 끝내 남기는 인물의 모습은 통쾌함과 불안함이 동시에 공존한다. 악을 처단했지만, 그 과정이 과연 옳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끝까지 해소되지 않는다. 결론부에서 드라마는 명확한 도덕적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에, 정의란 무엇으로 판단되어야 하는지를 시청자에게 되돌려준다. 〈빈센조〉는 악을 상대하기 위해 악이 되는 선택이 불가피한 시대를 그리며, 그 선택이 남기는 책임과 공허함까지 함께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그래서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윤리의 회색지대를 정면으로 응시한 문제작으로 남는다.